
부동산이나 미술품 같은 자산을 여러 사람이 조금씩 나눠 투자하는 ‘조각투자’.
앞으로 이런 투자상품뿐 아니라 주식과 채권, 펀드도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증권 형태로 발행할 수 있는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금융위원회는 토큰증권 제도 시행을 위한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하위법규 개정안을 2026년 10월 2일부터 11월 11일까지 입법예고하고 있습니다.
관련 법률의 시행 예정일은 2027년 2월 4일입니다.
그렇다면 토큰증권은 우리가 알고 있는 코인과 무엇이 다를까요?
■ 토큰증권은 코인이 아니다
토큰증권을 처음 들으면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차이가 있습니다.
토큰증권은 주식·채권·펀드나 조각투자 상품처럼 자본시장법상 ‘증권’에 해당하는 권리를 분산원장 기술을 이용해 디지털 형태로 기록한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새로운 코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금융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기술로 기록하고 거래할 수 있게 만드는 것입니다.
따라서 토큰증권에는 기존 증권시장과 마찬가지로 투자자 보호와 발행·유통에 관한 금융규제가 적용됩니다.
■ 무엇을 토큰으로 만들 수 있을까?
이번 하위규정안에는 토큰증권으로 발행할 수 있는 범위가 구체적으로 담겼습니다.
조각투자에 활용되는 비금전신탁수익증권과 투자계약증권뿐 아니라 주식·채권·펀드 같은 기존 증권도 포함됩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증권사 계좌의 전산 장부를 통해 관리하던 증권의 권리를 일정한 요건을 갖춘 분산원장을 이용해 기록하는 새로운 방식이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다만 모든 블록체인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금융당국은 분산원장의 신뢰성과 업무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자등록기관 외에도 2개 이상의 계좌관리기관이 분산원장 참여자로 구성되도록 하는 등의 요건을 마련했습니다.
■ 발행회사가 직접 투자자 계좌를 관리할 수도 있다
이번 제도에서 눈에 띄는 부분 중 하나가 ‘발행인계좌관리기관’입니다.
일정한 조건을 갖춘 증권 발행자는 투자자의 토큰증권 계좌를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아무 회사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발행인계좌관리기관이 되려면 최소 자기자본 40억원을 갖춰야 하고 계좌관리·내부통제·전산 분야에서 최소 4명의 전문인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블록체인을 사용한다고 해서 기존 금융시장의 관리와 책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기술에 맞는 관리 기준을 만드는 것입니다.

■ 토큰증권을 사고파는 시장도 만들어진다
발행만 가능하고 거래할 곳이 없다면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번 제도에는 토큰증권을 유통하기 위한 장외거래소 체계도 포함됐습니다.
기존 비상장주식과 비금전신탁수익증권뿐 아니라 채무증권을 거래할 수 있는 장외거래소 인가 단위도 새롭게 마련됩니다.
다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일반투자자의 거래에는 한도가 설정됩니다.
현재 입법예고안에서는 장외거래소별 연간 순매수 금액을 기준으로 1억원까지 허용하는 방안이 제시됐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직 입법예고 단계라는 점입니다.
금융위원회는 거래한도 1억원이나 발행인계좌관리기관 자기자본 40억원 등의 기준에 대해 업계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최종 시행 과정에서 세부 내용이 조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습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 주식도 코인처럼 움직인다? 월가가 시작한 ‘자산 토큰화’의 정체
■ 어제 미국 DTCC 이야기와 무엇이 다를까?
미국에서는 DTCC가 주식과 미국 국채 같은 기존 금융자산을 블록체인상의 토큰 형태로 전환하는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토큰증권 제도가 구체화되면서 전통 금융자산과 블록체인이 만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두 사례가 완전히 같은 제도는 아닙니다.
미국 DTCC 사례가 기존 금융시장 인프라에서 토큰화 기술을 실제로 활용하는 움직임이라면, 한국은 토큰증권을 누가 발행하고 어디에서 거래하며 투자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법적 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개인적으로 이번 토큰증권 제도화를 보면서 한국도 블록체인을 단순히 코인 거래의 영역이 아니라 실제 금융자산에 활용하는 단계로 조금씩 넘어가고 있다는 점은 반갑게 느껴집니다. 다만 새로운 시장을 제도 안으로 가져오는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는 반드시 필요하지만, 규제가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높은 진입장벽이 되어 새로운 기술과 기업의 성장을 막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규제를 많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는 보호하면서도 새로운 금융기술이 성장할 수 있는 균형 잡힌 제도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코인 투자자는 왜 이 뉴스를 알아야 할까?
토큰증권 제도는 비트코인 가격이 오늘 오르느냐 내리느냐와 직접 연결되는 뉴스는 아닙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역할이 어디까지 확대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처음에는 블록체인이 암호화폐를 위한 기술로 알려졌지만 이제는 주식과 채권, 펀드 같은 기존 금융자산의 소유권을 기록하고 거래하는 금융 인프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그 흐름을 제도 안으로 가져오기 위한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 코린이가 기억할 한 가지
‘토큰증권’이라는 이름에 코인이 들어갈 것처럼 느껴지지만 토큰증권과 암호화폐는 같은 것이 아닙니다.
핵심은 새로운 코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제 금융자산의 권리를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원장으로 기록하고 거래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기술만큼 중요한 것이 투자자를 보호할 규칙입니다.
한국의 토큰증권 시장이 실제로 어떻게 자리 잡을지는 2027년 제도 시행 이후 더욱 분명하게 드러날 것입니다.
※ 이 글은 암호화폐와 디지털자산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가상자산이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주식이나 채권뿐 아니라 부동산·미술품 같은 다양한 자산을 토큰증권으로 거래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릴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