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키우는데 유럽은 왜 경계할까?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키우는데 유럽은 왜 경계할까?

최근 미국의 암호화폐 정책을 따라가다 보면 스테이블코인이 자주 등장합니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 안으로 끌어들이는 규제 체계를 만들고 있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미국 달러와 국채 수요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대서양 건너 유럽의 분위기는 조금 다릅니다.

유럽 역시 암호화폐와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지나치게 커지는 상황에는 상당한 경계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요?

■ 스테이블코인의 대부분은 ‘달러’를 따라갑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나 유로 같은 기존 통화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암호화폐입니다.

대표적으로 USDT와 USDC는 1개의 코인이 1달러에 가깝게 유지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문제는 현재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대부분이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이라는 점입니다.

유럽중앙은행(ECB)은 달러 표시 스테이블코인이 세계 스테이블코인 시장의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즉 스테이블코인이 세계적으로 더 많이 사용될수록 디지털 금융시장에서도 달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 미국에는 기회, 유럽에는 걱정이 될 수 있다

미국 입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성장은 달러 영향력을 디지털 금융시장까지 확대하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준비자산으로 미국 국채 등을 보유한다면 미국 국채 수요와 연결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면 유럽의 입장은 다릅니다.

만약 유럽 사람들이 결제나 송금, 토큰화된 금융상품 거래에서 유로 대신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많이 사용하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럽 안에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데도 실제 디지털 결제와 자금 이동에서는 달러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ECB가 특히 걱정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입니다.

■ ‘통화주권’이라는 말이 등장하는 이유

ECB는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이 장기적으로 유럽의 ‘통화주권’을 약화시킬 가능성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통화주권이라는 말이 조금 어렵게 들리지만 코린이 눈높이에서 생각하면 의외로 간단합니다.

한 나라나 경제권이 자신의 통화를 중심으로 금융과 결제 시스템을 운영하고 통화정책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럽에서 물건을 사고,
돈을 보내고,
디지털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유로보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더 많이 사용된다면 유럽의 금융시스템이 미국 달러와 미국 이외의 결제 인프라에 점점 더 의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ECB는 이런 상황이 장기적으로 유로의 역할과 유럽의 금융 자율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 그래서 유럽에는 MiCA가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암호화폐 시장을 규율하기 위해 MiCA라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MiCA는 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의 약자로 암호화폐 발행과 관련 서비스 사업자, 스테이블코인 등에 적용되는 EU 차원의 규제 체계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럽이 MiCA를 만들어 놓고 끝낸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EU 집행위원회는 현재 MiCA가 실제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공식적으로 재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번 의견수렴은 2026년 9월 30일까지 진행되며, 초기 시행 과정과 시장 변화 등을 검토해 필요하다면 MiCA를 수정하거나 보완하는 새로운 입법 제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즉 유럽은

‘암호화폐를 막을 것인가?’

라는 단계보다

‘이미 만든 규칙을 실제 시장에 맞게 어떻게 다듬을 것인가?’

라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 것입니다.

■ 그런데 유럽은 또 하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유로’입니다.

디지털 유로는 비트코인이나 USDT 같은 민간 암호화폐가 아닙니다.

유럽중앙은행과 유로시스템이 준비하고 있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입니다.

쉽게 말하면 현금 유로와 같은 중앙은행 화폐를 디지털 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프로젝트입니다.

ECB는 이미 디지털 유로 파일럿에 참여할 36개 결제서비스 사업자를 선정했습니다.

현재 계획대로라면 파일럿은 2027년 하반기에 시작해 약 12개월 동안 진행될 예정입니다.

실제 발행 여부는 관련 법률이 마련된 이후 최종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아직 ‘디지털 유로 발행이 확정됐다’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유로는 같은 것이 아니다

여기서 특히 구분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USDT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기업이 발행합니다.

반면 디지털 유로는 실제로 발행될 경우 유럽중앙은행 체계가 뒷받침하는 중앙은행 화폐가 됩니다.

둘 다 디지털 방식으로 돈을 주고받는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일 수 있지만 발행 주체와 법적 성격, 위험 구조는 상당히 다릅니다.

유럽이 디지털 유로를 준비하는 이유 가운데 하나도 디지털 결제 시대에 유럽 자체의 결제 수단과 통화의 역할을 유지하려는 데 있습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 스테이블코인 회사가 은행이 된다고? 그 ‘은행’의 정체를 알아보니

■ 미국과 유럽은 스테이블코인을 보는 출발점이 다르다

최근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을 함께 보면 재미있는 차이가 보입니다.

미국은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면 디지털 금융시장에서도 달러의 영향력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반면 유럽 입장에서는 바로 그 현상이 경계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유럽의 결제와 디지털 금융에서 지나치게 커지면 유로의 역할이 상대적으로 약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을 새로운 금융 인프라와 달러 영향력 확대의 기회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한 반면, 유럽에서는 혁신을 허용하면서도 통화주권과 금융안정을 지켜야 한다는 문제가 함께 등장하는 것입니다.

■ 코린이교실 한 줄 정리

미국과 유럽이 스테이블코인을 바라보는 차이는 단순히

‘미국은 암호화폐에 우호적이고 유럽은 싫어한다’

라고 설명할 문제가 아닙니다.

자신들의 통화가 세계 디지털 금융시장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인가라는 이해관계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결국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싼 경쟁은 암호화폐 규제만의 문제가 아니라 달러와 유로의 영향력, 결제 인프라 그리고 미래의 디지털 화폐 주도권까지 연결되는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정책만 계속 살펴보다가 유럽의 입장을 함께 찾아보니 같은 기술을 두고도 각 나라의 통화와 금융 환경에 따라 전혀 다른 고민을 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임금을 스테이블코인으로 요구한다는 뉴스를 본적이 있습니다.

이제는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히 코인 시장 안에서만 사용되는 자산이 아니라 앞으로 국가의 통화와 결제 시스템, 그리고 임금 지불등 다양한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은 계속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암호화폐와 금융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글이며 특정 암호화폐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달러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 유로 가운데 어느 쪽의 영향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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