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암호화폐 규칙을 크게 바꿀 수 있는 법안으로 주목받았던 CLARITY Act가 미국 상원에서 일단 멈춰 섰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먼저 정확히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CLARITY Act가 최종 표결에서 부결됐다”는 뜻은 아닙니다.
이번 표결은 법안을 본격적으로 심의하기 위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 것인지를 결정하는 절차표결이었습니다.
필요한 표는 60표.
결과는 찬성 50표, 반대 49표였습니다.
과반수는 찬성했지만 미국 상원의 절차적 문턱인 60표에는 10표가 부족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 법안은 60표를 얻지 못했을까요?
■ CLARITY Act가 뭐였지?
CLARITY Act의 핵심은 미국 암호화폐 시장의 규칙을 좀 더 명확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동안 미국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오래된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떤 암호화폐는 증권이고 어떤 암호화폐는 상품일까?”
그리고
“SEC와 CFTC 가운데 누가 무엇을 감독해야 할까?”
CLARITY Act는 이런 규제의 경계를 보다 명확하게 만들고 디지털 자산을 발행하고 거래하는 기업들이 따라야 할 규칙을 정하려는 법안입니다.
코인 업계에서는 규칙이 명확해지면 기업들이 법적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고 기대해왔습니다.
하지만 막상 법안을 구체적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기 시작했습니다.
■ 첫 번째 쟁점, 정치인과 암호화폐의 이해충돌
가장 크게 부딪힌 문제 가운데 하나가 바로 ‘이해충돌’이었습니다.
미국의 고위 공직자가 암호화폐 관련 사업이나 자산에서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그 사람이 암호화폐 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 공정한가?
이 문제가 협상의 중요한 쟁점으로 떠올랐습니다.
표결 직전까지 공직자와 가족의 암호화폐 관련 이해관계를 제한하고, 일정한 경우 자산을 처분하거나 블라인드 트러스트에 맡기도록 하는 방안 등이 논의됐습니다.
주 정부 법무장관에게 일부 집행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법안을 추진하는 쪽에서는 상당한 양보를 했다고 주장했지만 반대하는 의원들은 이해충돌을 막기 위한 장치가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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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 쟁점, 스테이블코인 보상
또 하나의 쟁점은 조금 의외입니다.
바로 은행입니다.
일부 암호화폐 플랫폼은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한 이용자에게 이자와 비슷한 형태의 보상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은행권에서는 이런 보상이 확대되면 사람들이 은행 예금에서 돈을 빼 스테이블코인으로 옮길 가능성을 우려합니다.
특히 지역은행에서 예금이 빠져나가면 지역 기업이나 농가 등에 대출할 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결국 CLARITY Act는 단순히
“코인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라는 문제만 다루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은행과 암호화폐 기업 사이의 경쟁 문제까지 얽혀 있었던 것입니다.
■ 그런데 50표를 받았는데 왜 통과하지 못했을까?

여기가 코린이가 가장 헷갈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미국 상원의 모든 표결이 무조건 과반수만 얻으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이번에는 법안을 최종 통과시키는 표결이 아니라 토론을 제한하고 법안 심의를 앞으로 진행하기 위한 절차표결이었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60표가 필요했습니다.
찬성 50표가 반대 49표보다 많았지만 필요한 기준은 ‘반대보다 한 표 더 많은 것’이 아니라 ‘60표 확보’였습니다.
그래서 법안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했습니다.
■ 그러면 CLARITY Act는 이제 끝난 걸까?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번 표결 직후 공화당의 Thom Tillis 의원은 절차상 자신의 표를 반대로 변경했습니다.
이는 나중에 이 안건을 다시 검토할 수 있는 길을 남겨두기 위한 절차적 선택이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결과는
“CLARITY Act가 영원히 사라졌다”
보다는
“현재 형태로는 상원에서 앞으로 나아갈 60표를 확보하지 못했다”
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다만 미국의 중간선거 일정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가까운 시일 안에 다시 추진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합니다.
■ 시장은 바로 반응했다
정치권에서 벌어진 표결이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곧바로 반응했습니다.
표결 실패 가능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비트코인은 5% 이상 하락했고,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Coinbase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Circle의 주가도 장중 최대 10%가량 하락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시장은 CLARITY Act를 단순한 법안 하나가 아니라
‘미국 암호화폐 시장의 규칙이 얼마나 명확해질 것인가’
라는 문제와 연결해서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코린이식 한 줄 정리
CLARITY Act는 암호화폐가 싫어서 한마디로 부결된 것이 아닙니다.
공직자의 이해충돌을 어디까지 막을 것인지,
은행과 스테이블코인의 경쟁을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소비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그리고 암호화폐 산업에는 어느 정도의 규제 명확성을 제공할 것인지.
여러 문제가 한 법안 안에서 충돌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표결에서 우리가 볼 것은 단순히
“코인 법안 실패”
라는 제목만이 아닙니다.
암호화폐가 점점 기존 금융시장 안으로 들어올수록 기술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치, 금융, 은행, 소비자 보호와 같은 현실의 이해관계가 함께 움직인다는 점입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직자에게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도덕과 윤리의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미국 대통령 가족의 암호화폐 관련 사업과 경제적 이해관계가 논란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적잖이 놀랐습니다. 한편으로는 미국 금융권 역시 기존 금융시장의 이해관계를 쉽게 놓으려 하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결국 암호화폐 규제는 새로운 산업을 키우는 문제만이 아니라 공직자의 이해충돌, 기존 금융권의 이해관계, 소비자 보호까지 함께 풀어야 하는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며칠 동안 CLARITY Act를 따라가 보니 법 하나를 만드는 일이 정말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이 법안이 다시 움직이게 된다면 코린이교실에서도 그 과정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 이 글은 암호화폐와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 암호화폐 관련 법안과 규제 내용은 향후 의회 논의와 수정 과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암호화폐 산업의 성장과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 가운데 어떤 규칙을 가장 먼저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