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쟁 속에서 코인은 어떻게 움직일까?
이란 암호화폐를 추적해보니
전쟁이 벌어지면 우리는 보통 주식과 금, 달러, 국제유가부터 떠올립니다.
그런데 최근 이란을 둘러싼 전쟁과 경제제재를 살펴보면 또 하나의 자산이 계속 등장합니다.
바로 암호화폐입니다.
올해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뒤 실제 이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는 평소와 다른 자금 이동이 포착됐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미국 정부가 이란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직접 제재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전쟁과 암호화폐는 도대체 어떤 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 공습 직후 이란 거래소에서 코인이 움직였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Chainalysis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란에 대한 공습 직후 이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개인 지갑 등으로 암호화폐를 옮기는 움직임이 크게 늘었습니다.
이후 분석에서는 주요 출금 지갑 가운데 약 60%가 이동한 자금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었고, 27% 이상은 해외 주요 거래소로 자금을 옮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이런 움직임을 모두 ‘제재 회피’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전쟁이 벌어지고 자국 통화와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 일반 시민 역시 자신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개인 지갑으로 옮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내 거래소가 사이버 공격이나 압류 등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을 우려해 개인 지갑으로 자산을 옮기는 경우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즉 전쟁 상황에서 암호화폐는 일부 사람들에게 일종의 ‘자금 피난처’ 역할을 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그런데 암호화폐에는 또 다른 얼굴도 있습니다
국경을 넘어 비교적 빠르게 가치를 이동할 수 있다는 암호화폐의 특징은 일반 시민에게는 자산을 이동시키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특징이 국제사회의 경제제재를 우회하려는 세력에게도 이용될 수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올해 이란과 관련된 암호화폐 거래소와 디지털자산 네트워크에 대한 제재를 잇달아 강화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이란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Nobitex를 비롯한 여러 거래소를 제재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Nobitex가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제재 대상 기관들의 암호화폐 거래를 지원하고 국제 금융제재를 회피하는 데 이용됐다고 주장했습니다.
Nobitex 측은 과거 Reuters 보도에서 정부와 연계돼 있다는 주장에 반박하며 불법적인 거래가 있었다면 자신들이 알지 못한 채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따라서 미국 정부의 제재 사유와 해당 거래소 측의 입장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 그리고 9월, 또 다른 거래소가 제재 대상이 됐습니다
지난 9월 17일 미국 재무부는 이란의 암호화폐 거래소 BitBank를 새롭게 제재했습니다.
미국 재무부는 BitBank가 제재 대상인 이란 금융인 Babak Zanjani가 통제하는 디지털자산 사업이며, 이란의 디지털자산 기반 제재 회피 인프라의 중요한 일부라고 밝혔습니다.
Reuters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BitBank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과 관련된 수억 달러 규모의 결제와 이란 혁명수비대 관련 자금 이동에 관여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것은 미국 정부가 제시한 제재 근거라는 점을 함께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이란 경제제재에서 이제 암호화폐 거래소와 디지털자산 네트워크 자체가 주요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 암호화폐인데 어떻게 추적할 수 있을까?
여기서 코린이라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깁니다.
“암호화폐는 익명이라면서 어떻게 누가 어디로 보냈는지 알 수 있을까?”
비트코인이나 대부분의 퍼블릭 블록체인은 거래 기록이 블록체인에 남습니다.
은행 계좌처럼 거래자의 실제 이름이 바로 표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어떤 지갑에서
어떤 지갑으로
언제
얼마만큼의 자산이 이동했는지는
블록체인 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거래소의 고객확인 정보와 이미 확인된 지갑 주소, 여러 거래 패턴을 함께 분석하면 특정 자금의 이동 경로를 추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암호화폐는 국경을 넘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자산인 동시에 거래 기록이 공개된 블록체인에서는 자금의 흔적이 남는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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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암호화폐 기술에는 두 가지 모습이 있습니다
이란 사례를 보면 암호화폐를 무조건 한쪽으로만 바라보기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과 금융 불안 속에서 일반 시민에게는 자산을 지키고 이동시키는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국가나 특정 조직이 국제사회의 금융제재를 우회하는 수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리고 블록체인에 기록이 남기 때문에 정부와 분석업체가 이러한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즉 같은 기술이
자산 보호의 수단이 되기도 하고
국경을 넘는 자금 이동 수단이 되기도 하며
동시에 금융당국의 추적 대상이 되기도 하는 것입니다.
■ 코린이교실 한 줄 정리
전쟁이 벌어졌다고 해서 암호화폐가 무조건 오르거나 안전자산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란 사례에서 더 중요한 것은 전쟁과 경제제재로 기존 금융망의 사용이 어려워질수록 암호화폐가 ‘가격’만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 자금 이동의 수단으로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각국 정부의 감시와 제재도 암호화폐 지갑과 거래소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번 자료를 찾아보면서 암호화폐를 단순히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투자자산으로만 봐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를 보니 블록체인이 가진 장점과 위험이 동시에 보이는 것 같습니다.
또한 암호화폐는 일반적으로 위험자산으로 분류되지만, 최근 국제정세의 불안과 미국의 금리 인상 같은 악재 속에서도 가격이 상승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쟁이나 금융 불안이 커질 때 일부 사람들이 암호화폐를 기존 금융시스템 밖에서 자산을 보관하거나 이동할 수 있는 수단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입니다.
물론 이런 움직임만으로 암호화폐를 금과 같은 ‘안전자산’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번 이란 사례를 보면서 암호화폐가 단순히 가격이 오르고 내리는 투자자산을 넘어 국제분쟁과 경제제재, 자금 이동에서도 점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국제분쟁과 경제제재 관련 뉴스를 볼 때도 암호화폐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함께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암호화폐와 금융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글이며 특정 암호화폐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투자 조언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전쟁과 금융위기 상황에서 암호화폐가 실제 자금 이동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