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주식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한다고? ‘토큰화 주식’ 정체는?

애플 주식을 코인처럼 블록체인에서 사고팔 수 있다면 어떨까요?

처음 들으면 조금 이상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주식은 증권사에서 거래하고 코인은 거래소에서 거래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미국에서 이 두 시장의 경계를 허무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9월 17일 ‘Innovation Exemption’, 즉 혁신 면제 조치를 발표했습니다.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거래 플랫폼이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서 토큰화해 거래할 수 있도록 기존 규제의 일부를 한시적으로 면제해 주는 조치입니다.

면제 기간은 5년입니다.

그렇다면 ‘토큰화 주식’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 토큰화 주식이란?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가 증권계좌에서 거래하는 주식을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할 수 있는 디지털 토큰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예를 들어 애플 주식을 블록체인 위의 토큰으로 만들어 거래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주 중요한 조건이 있습니다.

이번 SEC 조치에서 허용되는 토큰화 주식은 단순히 애플 주가를 따라 움직이는 코인이 아닙니다.

토큰을 보유한 사람에게 기존 주식과 동등한 권리와 특권을 제공해야 합니다.

즉 가격만 따라가는 ‘가짜 애플 주식’과 실제 주식의 권리가 연결된 토큰화 주식은 구분해야 합니다.

■ 왜 굳이 주식을 블록체인으로 옮기려 할까?

블록체인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자산의 소유권과 거래 기록을 디지털 장부에서 확인하고 이전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기존 금융시장에서는 거래소, 증권사, 청산·결제기관 등 여러 시스템이 연결되어 주식 거래가 처리됩니다.

토큰화 기술은 이 과정의 일부를 블록체인 위에서 처리할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SEC가 이번에 허용한 구조에는 자동화된 시장조성자(AMM)와 유동성 풀이 사용됩니다.

코인을 공부한 분들이라면 ‘AMM’이나 ‘유동성 풀’이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동안 주로 디파이(DeFi)에서 보던 기술이 이제 전통적인 주식시장과 연결되는 실험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입니다.

■ 그렇다고 아무 주식이나 마음대로 토큰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해야 합니다.

SEC가 모든 주식을 자유롭게 토큰화하도록 규제를 없앤 것은 아닙니다.

이번 조치는 어디까지나 임시적이고 조건부인 규제 면제입니다.

거래 가능한 종목 수와 거래량에도 제한이 있고, 토큰화된 주식은 기존 주식과 같은 권리와 특권을 제공해야 합니다.

제3자가 기업의 주식을 토큰화해 거래하려면 해당 기업에 사전에 알리고 이의를 제기할 기회도 줘야 합니다.

또 거래에 사용되는 스마트계약은 감사가 가능해야 하고 공개되어야 하며, 공개형 블록체인에 배포되어야 합니다.

기존 주식의 거래가 중단되면 해당 토큰화 주식 거래도 함께 중단해야 합니다.

즉 SEC가 블록체인 금융에 문을 열기는 했지만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문을 활짝 열어놓은 것은 아닙니다.

■ 왜 지금 이런 변화가 나왔을까?

최근 미국에서는 암호화폐와 기존 금융시장의 경계가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ETF처럼 과거에는 암호화폐 시장 안에 머물던 자산이 전통 금융시장으로 들어오는 사례가 늘었고, 이제는 반대로 기존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위로 옮기는 ‘자산 토큰화’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며칠 전 코린이교실에서 살펴본 CLARITY Act는 미국 의회에서 암호화폐 시장 전체의 규칙을 정하려는 시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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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EC 조치는 그것과는 성격이 다릅니다.

의회가 새로운 포괄적 법률을 통과시킨 것이 아니라 SEC가 현재 가진 권한 안에서 일정한 조건을 붙여 새로운 거래 방식을 시험할 수 있는 길을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이 토큰화 주식을 완전히 허용했다”라고 이해하기보다는 “규제 아래에서 토큰화 주식 거래를 실험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이해하는 편이 정확합니다.

■ 코린이가 여기서 주목할 것은?

저는 이번 뉴스를 보면서 블록체인을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우리는 블록체인이라고 하면 흔히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코인부터 떠올립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코인만을 위한 기술은 아닙니다.

주식, 채권, 부동산처럼 현실에 존재하는 자산의 권리를 디지털 토큰으로 표현하고 거래하는 ‘자산 토큰화’에도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이번 SEC 조치가 의미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블록체인과 기존 금융시장이 서로 완전히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연결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5년의 임시 면제가 실제 시장에서 얼마나 성공적으로 작동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새로운 기술이 거래 비용과 절차를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 반면 투자자 보호, 유동성 분산, 기술적 위험처럼 해결해야 할 문제도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뉴스의 핵심을 저는 이렇게 정리해 보고 싶습니다.

“주식이 코인이 된다”가 아니라,

“주식이라는 기존 금융자산을 블록체인 이라는 새로운 거래 인프라 위에서 다뤄보는 실험이 시작됐다.”라구요.

2017년 중반부터 완전히 문외한이던 암호화폐 시장에 입문하면서 지금까지 계속 뉴스를 듣다 보니 앞으로 암호화폐와 증권의 경계가 점차 허물어질것이다 라는 말들을 많이 들었던 기억이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년 뒤 우리가 주식을 거래하는 방식이 지금과 얼마나 달라져 있을지 더욱 궁금해집니다.

여러분은 주식을 블록체인에서 거래하는 시대가 온다면 기존 증권계좌와 블록체인 방식 중 어느 쪽이 더 편할 것 같으신가요?

※ 이 글은 암호화폐와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교육 목적의 글이며 특정 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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