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SDT나 USDC를 처음 사보면 한 가지 신기한 점이 있습니다.
비트코인은 하루에도 가격이 크게 움직이는데
USDT와 USDC는 대부분 1달러 근처에서 움직입니다.
이름부터 ‘스테이블(Stable)’ 코인이니 당연한 것 같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궁금해집니다.
“누가 가격을 1달러에 고정해 놓은 걸까?”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이 있습니다.
“정말 그 코인 뒤에는 1달러가 있는 걸까?”
오늘은 USDT와 USDC 같은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어떻게 1달러의 가치를 유지하는지
코린이 눈높이에서 쉽게 알아보겠습니다.
■ 스테이블코인은 누가 만드는 걸까?
먼저 비트코인과 스테이블코인은 구조가 다릅니다.
비트코인은 특정 회사가 달러를 받아서 발행하는 코인이 아닙니다.
반면 USDT와 USDC 같은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에는 발행사가 있습니다.
USDT는 테더(Tether),
USDC는 서클(Circle)이 발행합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1 USDT ≈ 1달러
1 USDC ≈ 1달러
가 되도록 설계합니다.
그렇다면 회사가 컴퓨터로 코인을 만들면서
“오늘부터 이 코인은 1달러입니다.”
라고 선언하면 정말 1달러가 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 핵심은 ‘준비자산’이다
여기서 등장하는 것이 준비자산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떤 회사가 1달러짜리 스테이블코인 100개를 발행했다고 해보겠습니다.
그렇다면 시장에는 총 100달러 상당의 코인이 생깁니다.
이때 발행사가 그 코인의 가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야
사용자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내가 이 코인을 돌려주면 1달러 가치로 바꿀 수 있겠구나.”
이 믿음을 뒷받침하는 자산이 바로 준비자산입니다.
■ 금고에 달러 지폐를 쌓아놓는 걸까?
여기서 또 하나 궁금해집니다.
100억 달러어치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했다면
100억 달러짜리 지폐를 거대한 금고에 넣어두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준비자산에는 현금뿐 아니라
단기 미국 국채처럼 비교적 안전하고 현금화하기 쉬운 자산 등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폐의 형태로 보관하느냐가 아니라,
“사용자가 상환을 요구했을 때 실제로 지급할 수 있는 자산이 충분한가?”
입니다.
■ 그럼 왜 시장 가격도 1달러 근처에 있을까?

여기서 스테이블코인의 재미있는 구조가 나타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스테이블코인이 시장에서 0.98달러까지 떨어졌다고 생각해보겠습니다.
시장 참여자가 0.98달러에 코인을 사서
발행사 등을 통해 1달러 가치로 상환할 수 있다면
가격 차이를 이용하려는 거래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시장 가격이 1달러보다 높아져도
새로운 코인의 발행과 거래 과정 등을 통해 가격 차이가 줄어드는 힘이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발행과 상환,
그리고 시장의 거래가 함께 작동하면서
가격이 다시 1달러 부근으로 움직이도록 돕습니다.
물론 실제 거래 구조와 상환 조건은 발행사와 거래 환경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 그런데 사람들이 한꺼번에 달러를 달라고 하면?
평소에는 모든 것이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장에 공포가 생겼을 때입니다.
수많은 보유자가 동시에
“코인은 필요 없으니 달러로 돌려주세요.”
라고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때 발행사가 충분하고 현금화하기 쉬운 준비자산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상환에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혹시 1달러를 못 돌려받는 것 아닐까?”
라고 의심하기 시작하면
시장에서 스테이블코인 가격이 1달러 아래로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이것을 흔히 ‘디페깅(de-pegging)’이라고 부릅니다.
즉 스테이블코인이 1달러인 이유는
가격표에 1달러라고 적혀 있기 때문이 아닙니다.
그 뒤에 있는 준비자산과 상환에 대한 신뢰가 함께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 알고리즘만으로 1달러를 지키려 했던 스테이블코인도 있었다
스테이블코인이 모두 현금이나 미국 국채 같은 준비자산으로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무너진 테라USD(UST)입니다.
UST는 충분한 달러 준비자산을 1대1로 보유하는 방식이 아니라,
UST와 LUNA라는 다른 암호화폐 사이의 교환 구조를 이용해
1달러 가치를 유지하려 했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UST가 1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UST를 LUNA로 바꾸는 과정에서 LUNA 공급이 급격히 늘어나자
LUNA 가격도 함께 무너졌습니다.
결국 UST의 1달러 페그를 지탱하던 구조 자체가 붕괴했습니다.
저 역시 당시 LUNA를 보유하면서 이 사태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그 경험 이후 스테이블코인을 볼 때
‘1달러라고 쓰여 있는가’보다
‘무엇이 그 1달러를 지탱하고 있는가’를 먼저 봐야 한다는 점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 USDT와 USDC는 똑같을까?
둘 다 미국 달러에 가치를 연동하는 대표적인 스테이블코인이지만
발행사와 준비자산 구성, 관리 방식 등이 완전히 똑같은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스테이블코인을 볼 때는 단순히
“둘 다 1달러짜리 코인이잖아.”
라고 생각하기보다
누가 발행하는지,
어떤 자산으로 뒷받침하는지,
준비자산에 대한 정보를 어떻게 공개하는지,
상환 구조는 어떻게 되어 있는지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 그런데 왜 미국 정부까지 준비자산을 따질까?
바로 여기서 최근 뉴스와 연결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2026년 9월 24일
GENIUS Act에 따른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를 구체화하기 위한 규칙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제안 가운데 하나는
연준의 감독을 받는 결제형 스테이블코인 발행사가
허용된 준비자산으로 발행된 스테이블코인을 충분히 뒷받침하도록 하는 내용입니다.
단기 미국 국채 등 유동성이 높은 자산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또 자본 요건과 위험관리 기준,
준비자산을 보관하는 기관에 관한 규칙 등도 제안됐습니다.
다만 중요한 점은
이것이 이미 확정돼 시행되고 있는 최종 규정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현재는 제안 단계이며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결국 미국 정부가 규칙을 구체화하려는 이유 역시
스테이블코인의 이름에 ‘Stable’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어서가 아닙니다.
실제로 상환 요구가 들어왔을 때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구조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기본 원리를 이해했다면
미국이 왜 별도의 규칙을 만들고 있는지도 훨씬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 GENIUS Act 그다음은? 미국이 스테이블코인의 세부 규칙을 만들기 시작했다.
■ 코린이가 기억하면 좋은 한 문장
오늘 내용을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이것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의 1달러는 약속이고,
준비자산과 상환 구조는 그 약속을 지키는 장치다.”
앞으로 USDT나 USDC 같은 스테이블코인을 볼 때
가격이 1달러인지 여부만 확인하지 말고
“이 1달러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라는 질문도 한번 해보면 좋겠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스테이블코인을
‘가격이 움직이지 않는 코인’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공부하다 보니
스테이블코인을 이해하는 핵심은 코인 자체보다
그 뒤에서 1달러라는 약속을 지탱하는 구조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뉴스에서 준비자산이나 상환이라는 단어가 등장할 때
오늘 글의 원리를 알고 보면 훨씬 이해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암호화폐와 금융제도를 쉽게 이해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가상자산의 매수·매도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스테이블코인이 왜 1달러를 유지하는지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