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회사도 은행이 될 수 있을까? 미국 은행들이 소송에 나선 이유

미국 기존 은행과 암호화폐 기업의 국가 신탁은행 인가 갈등을 표현한 이미지

코인 회사도 은행이 될 수 있을까? 미국 은행들이 소송에 나선 이유

암호화폐 기업과 미국의 기존 은행들이 ‘은행의 경계’를 놓고 법정에서 맞붙게 됐습니다.

미국 지역·중소은행들을 대표하는 독립커뮤니티은행협회(ICBA)는 최근 미국 통화감독청(OCC)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쟁점은 암호화폐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국가 신탁은행(National Trust Bank)’ 인가입니다.

도대체 일반 은행과 무엇이 다르고, 기존 은행들은 왜 반발하는 것일까요?

■ 국가 신탁은행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은행은 고객의 예금을 받고 그 돈을 바탕으로 대출을 해줍니다.

하지만 국가 신탁은행은 성격이 다릅니다.

특히 이번 논란의 대상이 되는 신탁은행들은 일반 은행처럼 예금을 받고 대출하는 것을 중심으로 영업하는 은행이 아닙니다.

대신 자산을 보관·관리하는 수탁 업무 등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기업 입장에서는 디지털자산을 보관하거나 관련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연방 차원의 은행 인가와 감독 체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제도입니다.

OCC의 공개 자료를 보면 실제로 여러 디지털자산 관련 기업들이 국가 신탁은행 인가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 기존 은행들은 왜 소송을 냈을까?

ICBA의 주장은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은행이라는 이름과 신뢰를 얻으려면 기존 은행과 비슷한 수준의 책임도 져야 하는 것 아니냐?”

ICBA는 암호화폐 기업들이 국가 신탁은행 인가를 통해 연방 은행이라는 신뢰를 얻으면서도, 예금보험이나 일부 자본·유동성 규제 등 일반 예금은행에 적용되는 것과 동일한 규제를 받지 않을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소비자가 ‘연방정부가 인가한 은행’이라는 표현을 보고 일반 은행과 같은 보호를 받는다고 오해할 가능성도 문제로 제기했습니다.

결국 핵심은 단순히 암호화폐가 위험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닙니다.

‘같은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하는가?’

바로 규제의 형평성을 둘러싼 싸움입니다.

미국 일반 은행과 암호화폐 국가 신탁은행의 규제 차이를 표현한 이미지

■ OCC의 생각은 다르다

하지만 OCC의 입장은 다릅니다.

OCC는 2026년 확정한 규칙이 국가 신탁은행의 권한을 새롭게 확대하거나 축소한 것이 아니라, 신탁회사가 수행할 수 있는 업무와 관련한 기존 권한을 보다 명확하게 정리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현재 단계에서 “OCC가 불법적으로 암호화폐 기업을 은행으로 만들어줬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ICBA가 OCC의 법적 권한을 문제 삼아 소송을 제기한 것이고, 그 주장이 받아들여질지는 법원의 판단을 지켜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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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암호화폐 기업들은 은행 인가를 원할까?

암호화폐 시장이 커지면서 거래만큼 중요해진 것이 ‘보관’과 ‘결제’입니다.

개인의 소규모 자산과 달리 기관이 막대한 규모의 디지털자산을 다루려면 보안과 내부통제, 자산관리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암호화폐 기업들도 기존 금융기관과 비슷한 영역으로 조금씩 들어오고 있습니다.

며칠 전 살펴본 미국 SEC의 암호화폐 수탁 규칙 논의와도 연결됩니다.

기관들이 암호화폐를 보유하기 시작하자 이제는 “누가 그 자산을 보관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중요해졌고, 한 단계 더 나아가 “그 보관회사를 은행 제도 안에서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라는 문제까지 등장한 것입니다.

■ 암호화폐와 은행의 경계가 흐려진다

처음 암호화폐가 등장했을 때는 은행을 거치지 않고 개인과 개인이 직접 자산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시장이 커진 지금은 아이러니하게도 암호화폐 기업들이 은행 인가를 신청하고, 기존 은행들은 이들의 금융시장 진입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것을 단순히 ‘암호화폐가 은행이 됐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암호화폐 산업과 기존 금융산업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면서 새로운 규칙을 어디에 그을 것인지 논쟁이 시작됐다고 보는 편이 정확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소송을 보면서 암호화폐가 이제 기존 금융시장이 무시하기 어려울 만큼 성장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은행을 거치지 않는 탈중앙화 금융을 이야기했던 암호화폐 기업들이 이제는 은행의 제도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반대로 기존 은행들은 그들에게 어디까지 은행의 역할을 허용할 것인지를 문제 삼고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존 은행과 암호화폐 기업 중 어느 한쪽을 무조건 막는 것이 아니라, 같은 금융서비스에는 그에 맞는 책임과 이용자 보호가 함께 따라야 한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 코린이가 기억할 한 가지

이번 소송은 미국이 암호화폐 기업의 은행 진출을 금지했다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또 암호화폐 기업이 일반 은행과 완전히 같은 은행이 됐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핵심은 국가 신탁은행이라는 제한된 형태의 은행 인가를 암호화폐 기업에 적용하는 것이 적절한지, 그리고 OCC에 그런 권한이 어디까지 있는지를 법정에서 따져보게 됐다는 것입니다.

암호화폐가 제도권 금융으로 들어올수록 오히려 더 복잡한 질문이 생기고 있습니다.

“새로운 금융기업을 기존 은행과 똑같이 규제해야 할까, 아니면 새로운 산업에 맞는 별도의 규칙이 필요할까?”

앞으로 법원이 어떤 판단을 내리는지 지켜볼 이유입니다.

※ 이 글은 암호화폐와 디지털자산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암호화폐 기업이 은행과 비슷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기존 은행과 같은 수준의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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