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암호화폐를 금지하는 대신 기존 금융회사처럼 허가하고 감독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영국이 그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들어갔습니다.
영국 금융감독청(FCA)은 2026년 9월 30일부터 새로운 암호화폐 규제체계에 들어올 기업들의 허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새 제도가 실제 시행되는 날은 2027년 10월 25일입니다.
그런데 시행까지 1년 이상 남았는데 왜 벌써 신청을 받는 걸까요?
■ 단순한 ‘코인 사업자 등록’과 다르다
영국에서는 그동안 일부 암호화폐 기업들이 자금세탁방지 규정에 따라 FCA에 등록해 사업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새 규제체계에서 정한 암호화폐 사업을 영국에서 하려면 금융서비스시장법(FSMA)에 따른 FCA의 정식 허가가 필요합니다.
기존에 등록된 업체라고 해서 새로운 허가가 자동으로 주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기존 금융회사 역시 암호화폐 사업을 새롭게 시작한다면 필요한 추가 허가를 받아야 할 수 있습니다.
즉 영국은 암호화폐를 금융제도 밖의 별도 시장으로만 두기보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한 사업자를 제도권 안에서 관리하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입니다.
■ 어떤 사업이 허가 대상이 될까?
범위도 상당히 넓습니다.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운영부터 가상자산 보관, 거래 중개, 스테이킹 관련 서비스 등이 새로운 규제 대상에 포함됩니다.
일정한 요건을 갖춘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하는 사업 역시 포함됩니다.
앞으로 영국에서 암호화폐 사업을 하려는 기업들은 단순히 회사를 설립하고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만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소비자 보호와 시장 건전성, 기업의 재무적 안정성, 경영진과 내부통제 등 금융회사에 요구되는 여러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 왜 지금부터 신청을 받을까?
새 규제체계의 시행일은 2027년 10월 25일입니다.
하지만 기업이 제출한 사업모델과 재무상태, 내부통제 등을 FCA가 심사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영국은 제도 시행 직전에 한꺼번에 심사를 시작하는 대신 미리 신청 창구를 열었습니다.
이번 주요 신청 기간은 2026년 9월 30일부터 2027년 2월 28일까지입니다.
이 기간에 신청한 기업은 일정 요건 아래 새로운 제도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경과조치를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 규제가 강해지면 암호화폐 산업에 나쁜 것 아닐까?
반드시 한 방향으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허가와 감독이 강화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자본과 내부통제 등 지켜야 할 기준이 늘어나고 비용도 발생합니다.
반면 이용자 입장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사업자가 허가받고 감독받는지가 명확해질 수 있습니다.
제도권 금융회사들이 암호화폐 시장에 참여할 때 필요한 규칙 역시 보다 분명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변화의 핵심은 영국이 암호화폐 규제를 없앤다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허용하되 금융시장 안에서 규칙을 지키게 한다.”
이 방향에 더 가깝습니다.

■ 어제 한국, 오늘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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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디지털자산 제도화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은행과 플랫폼 기업들은 실제 결제와 송금에 활용할 기술과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발행 주체와 세부 규칙 등 중요한 제도는 아직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영국은 조금 다른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새로운 암호화폐 규제체계의 시행일을 정하고, 이제 기업들로부터 실제 허가 신청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각 나라가 암호화폐를 바라보는 방식과 속도는 다릅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나타나는 최근 흐름을 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가 보입니다.
암호화폐를 제도 밖에 둘 것 인가만 논쟁하던 단계에서, 이제는 제도 안으로 들어온 암호화폐를 어떤 규칙으로 관리할 것 인가를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비트코인은 처음부터 중앙기관의 통제 없이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할 수 있는 전자화폐를 목표로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오히려 은행과 자산운용사 같은 대형 금융기관들이 시장에 들어오고, 각국 정부는 암호화폐를 제도권 금융 안에서 관리하려 하고 있습니다.
탈중앙화에서 출발한 비트코인이 성장할수록 중앙화된 금융 시스템과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점이 저는 참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어쩌면 앞으로 비트코인의 가장 흥미로운 질문은 가격이 얼마까지 오르느냐보다, **‘탈중앙화라는 처음의 철학을 지키면서 제도권 금융과 어디까지 공존할 수 있을까?’**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코린이가 기억할 한 가지
영국이 암호화폐를 자유롭게 풀어준 것이 아닙니다.
2027년부터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기 위해 2026년 9월 30일부터 기업들의 허가 신청을 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허가와 감독은 강화하면서도 제도 안에서 사업할 길을 명확히 만드는 것.
앞으로 세계 각국의 디지털자산 정책을 볼 때는 단순히 “규제가 강하다, 약하다”만 보는 것보다 어떤 사업을 허용하고 어떤 기준으로 감독하는지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의 디지털자산 정책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게 될까요?
영국의 이번 선택과 비교해 지켜볼 만한 부분입니다.
※ 이 글은 암호화폐와 디지털자산 제도를 이해하기 위한 교육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가상자산에 대한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여러분은 암호화폐 시장도 은행이나 증권사처럼 ‘허가받은 사업자 중심’으로 운영되는 방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